Changing Partner
  • 등록일2007.06.05
  • 작성자권유정
  • 조회7635
조금은 오래된 얘기지만…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세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 했지만
한 사람이 뼈대를 만들면, 한 사람이 거기에 살을 붙이고
나머지 한 사람이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옷을 입는 식의 작업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착착 맞아 떨어졌다.
점심 먹을 때 쯤 슬슬 모여 놀다가 일이 마무리되는 시간은 늘 새벽 2시.
그 때부터 술을 마시기도 하고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기도 하고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펌프와 DDR을 밤새도록 하기도 하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우리는 환상의 드림팀이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가장 먼저 싫증이 난건 나였는데…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델 좀 다녀오겠노라고 말을 꺼내자 두 사람은 조금 서운해 했지만…
그럼 언젠가 꼭 다시… 라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마음 아픈 일이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얽히면서
한 사람과는 그래 앞으로는 우리 얼굴 보지 말도록 하자 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고
또 그로부터 1년 후…
이 소식에 상심한 나머지 한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지난 금요일엔 다른 때 보다 하콘에 조금 일찍 가게 되어서
리허설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사실은 약간 실망을 했다.
따로따로 소리를 맞춰보는 리허설이긴 했지만
왠지 기대에 못 미치는거 같아 음… 싶었는데…
막상 연주가 시작되고 계단에 걸터앉아
이경선씨와 브라이언씨의 연주를 듣다보니 아까와는 소리가 달랐다.
두 사람의 호흡이 뭐랄까, 딱 맞아 떨어지는…
하여튼 오랜만에 느껴보는 묘하면서도 그리운 느낌.
더군다나 프랑크, 생상스… 연주를 하면 할수록
마치 뜨끈뜨끈한 오븐 안에서 부풀어오르는 빵처럼
이경선씨 소리가 점점 더 풍부해지고 꽉 찬 느낌이 들더니
나중엔 2층 전체가 거대한 오븐처럼 열기로 가득차 버려서
나도 덩달아 온 몸이 나른해져 버렸다고나 할까.
사실 연주가 끝나고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질문 자체가 우습게 느껴져버렸다.
어쨌든 그들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일 테니까…

공연은 좋았지만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금 허했다.
앞으로 내가 일을 해나가면서…
그 친구들만큼 호흡이 맞는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한 마음에 그리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나머지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자 지금은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 그녀가 자다 깬 목소리로 말했다.
“최고의 파트너가 아니면 어때… 나는 여전히 니 베스트 프렌드인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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