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자가 벤젤 푹스라니! 클라리넷을 배우는(올 해 3월부터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사람으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벤젤 푹스는 2년 전에도 율하우스에서 공연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어서, 또 온 걸 보면 그 때 인상이 참 좋았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전부터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어오르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브람스가 빠진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 이 날의 프로그램은 슈만과 베버, 뿔랑, 그리고 생상 등, 유명한 클라리넷 레퍼토리는 한데 모아놓은, 마치 제가 좋아하는 과자만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았습니다.
Robert Schumann(1810-1856)_ Fantasiestucke, Op. 73
로베르트 슈만_ 환상소곡집, 작품 73
Carl Maria von Weber(1786-1826)_ Grand Duo Concertante, Op. 48
칼 마리아 폰 베버_ 그랜드 듀오 콘테르탄테, 작품 48
Francis Poulenc(1899-1963)_ Sonata for Clarinet and Piano
프란시스 뿔랑_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amille Saint-Saens(1835-1921)_ Sonata for Clarinet and Piano in E flat Major, Op.167
까미유 생상_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flat장조, 작품 167
생상의 소나타는 한 개 악장만 연주하였고, 모든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클라리넷 앙상블과 함께 연주한 두 곡을 포함해서 앵콜곡도 4곡이나 해 주었습니다.
푹스의 클라리넷 소리는 아주 편안하고, 깨끗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마자 "사우나처럼 덥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낙천적인 그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입술이 아주 잘 보이는 맨 앞줄의 오른쪽에 앉았는데, 숨소리 하나하나가 아주 크게 들릴만큼 가까운 곳이었는데도 잡음 하나 없이 너무 깨끗한 소리에 놀랐습니다. 여기서는 연주 자세도 그렇고, 공연 내내 박자를 맞추기 위해 발로 스텝을 밟는 모습 등, 최고 연주자의 세세한 부분까지 지켜볼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어진 와인 파티에서는 사인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습니다. 거기다 덤으로 짧게 이야기 나누고 악수할 기회도 있었고요. 다른 곳 같았으면 연주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어렵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인 받고 사진찍는게 전부였을텐데 말입니다. 콘서트 후의 와인파티는 다른 소규모 살롱 콘서트들과 차별화 된 하우스 콘서트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악수를 하면서 잠깐이긴 했지만 대가의 손을 잡아볼 수 있었는데, 아, 손을 씻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짧은 대화 도중, 제가 30살 다 되서 취미로 클라리넷을 시작했다고 하니까, 자기는 60 넘어서 시작한 사람도 가르쳐봤다면서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도 해 주었습니다.
이 날의 콘서트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율하우스 콘서트 최고입니다!
*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제 개인 블로그에도 콘서트 후기 게재하였습니다.
http://blog.naver.com/okcoh/130179713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