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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 수업 "음악의 이해", 그 현장을 체험하다!

하루사리 | 2010-04-24 01:04:10

안녕하세요, 이젠 봄으로 썩 들어선 줄 알았더니 다시 쌀쌀해지면서 주춤거리네요.
저는 한달 전 강원도로 이사를 했답니다. 공기는 정말 끝내주는데 좀 심심하군요. 그러다 마침 주말에 존경하는 원미혜선생님 판소리 공연이 있어서 공연 구경차 겸사겸사 서울너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퍼뜩 든 생각이 박창수 선생님(이하 박샘)의 음악의 이해 수업이 인기강좌라는데 그렇다면 한번? 대학 시절 휴학하고 청강하기를 밥먹듯하던 경험을 떠올리며 기대를 잔뜩하고 목요일 한성대를 갔습니다. 끝까지 시치미를 떼며 뒤에서 숨어있으려다가 안 들키려고 고개를 돌리고 앉았던 것이 그만 고민많은 특이한 학생으로 인상잡혀 결국 실토를 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계획대로 두 타임의 수업을 모두 들었답니다. 지금부터 청강수기, 개봉박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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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이해 수업, 한성대 진리관 404호, 목요일 4:00-5:30시 & 6:00-7:30 두 타임. 두 번의 비슷하리라 추정되는 박샘 수업을 몰래 듣기로 작정하고 강의실로 들어섰다. 중간고사 기간인지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몇몇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가장 뒷좌석 구석에 앉으면 학생들에 가려 눈에 안 띠겠지, 그럼 박샘의 도강은 성공!ㅋㅋ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학생들이 점점 들어찼고 드디어 수업 10분 전! 앞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검은 상의에 청바지 차림의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박샘 등장! 앞의 강단에 동영상 세팅이 끝나고 스크린이 내려오고 영상이 틀어졌다. 독일 3 sat 제작 Wolfgang Hamm 감독의 몽고 전통음악 관련 다큐였다. 학생과 강사 사이에 오가는 말 없이 다들 다큐 시청. 이윽고 4시 2분! 출석체크 하자.. 대개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강사님들 경우는 다큐 볼륨을 줄이고 학생들 이름이 또렷이 들리도록 출석 부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볼륨은 그대로 둔 채, 못알아듣는 독일어만 거의 들리는데도, 마이크로 목소리를 키웠는데도 바짝 귀기울이지 않으면 결석체크되기 십상인 지경! 음악이 청취에서 시작한다고 볼 때 청취 훈련의 극한 상황을 이렇게 제시하시다니! 학생들은 기로에 서 있었다 - 귀 기울일 것이냐, 아님 결석이냐.    두 번째 강의도 마찬가지였던걸로 보아 의도적인 청취 훈련이 맞는 것 같다!
행여 이름을 못들어서 체크를 못하면 뒤에 덧붙이면 되는데 요즘 대학생들의 귀차니즘 - 우리때만 그랬나?ㅋ-으로 보아  제때 차려준 밥 먹으려 할 테니, 이쯤되면 수업의 시작은 얼씨구나!
출석 체쿠가 끝나고 다큐 상영이 정지되었다. 몽고 전통소리라는 설명 + 박샘의 개인적 에피소드가 곁들여졌다, 내가 독일 공연 갔을 때 등등. 이렇게 생생한 음악적 현장체험이 자료에 곁들여지니 생동감에 설득력이 더 해졌다. 역시 현장빨이 있어야! 그러고나서 박샘의 훈수?가 시작되었다. 인간이 배출하는 환경물질이 지구 전체의 환경에 영향을 얼마나 끼칠까,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이 전지구적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비하면 인간 환경 오염은 아무것도 아니다, 왜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라고? 세뇌당하고 조종당한다는 거 모르냐, 수업 하면서 담배피우면 왜 안되지 나도피고 여러분도 피고? 등등. 하긴 황지우 시인이 수업할 때 담배를 태웠다니 유독 별난 발언은 아니다. 그리고 sbs제작 스포츠마케팅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자랑수러운 연아"를 포함한 스포츠 스타들과 그 뒤에서 선수육성과 자본창출을 철저히 계획하는 매니지먼트 마케팅의 관계를 다룬 동영상이었다. 영상물이 결국 말하는 것은 그러니까 스포츠마케팅이 국가 부를 창출하는 거고 중요해 그만큼. 역시 sbs, 그 정치경제문화적 관점의 일관성이란!  스크린을 올리면서 다시 박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국의 맨유에 영국 사람들이 유럽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빼놓은 게 있다, 맨유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우리 한국 사람들 대다수의 자화상 - 소녀시대, 원더걸스, 연아에 열광하고 그리로 우루루, 너무 생각없어, 아트 마케팅도 비슷한 처지, 하콘 장소 물색 당시의 에피소드, 정신적인 것의 가치는 나몰라라 하는 물질만연의 사회, 돌잔치 갔는데 돈돈돈... 돌아버리겠어 등등. 와, 박샘이 시사 사회적인 이슈를 저렇게 많이 얘기하시는 것 첨 봤다. 저렇게 말씀을 잘하셨다니!! 그동안 꾹꾹 참았던 얘기가 봇물터지듯 쏟아졌다고나 할까?
자, 객관적인 관찰은 일단 여기까지. 어차피 이 강의는 본인에 의해 전달되는 색 안경 끼일 수밖에 없는 강의니까 제 3 자의 관점에서 본 박샘 강의, 두둥!
1. 강의와 공연의 상관관계. 어차피 연주와 공연이 주업일수밖에 없는 박샘인지라 강의도 관객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또는 하콘 선장님으로서 스탭들 쓴소리잔소리 하듯이, 수업내용과 배치와 구조와 톤을 달리 했다. 잘나가는 학원 강사들도 수업내용 우스개소리가 거의 자리가 정해졌고 패턴이 비슷하고 애드립 강한 경우는 몇 없다. 그러니까 박샘은 애드립강한 강사군에 속했다!
2. 이론과 현장의 밀착관계. 이건 어느 강의와 비교가 안 되는 진주. 수십년간 국경을 넘나드는 연주경력, 약 8년에 가까운 하콘 및 기타 공연 지휘 등 현장빨로 다져진 박샘인지라 그간 겪은 에피소드와 공연관련 영상물만으로도 몇 년짜리 강의가 될 거다. 국악과 오모교수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현장이 진리다. 현장의 에너지와 동기부여없는 강의는 표류하는 나룻배에 주춧돌없는 석가래와 다름없다.  어떤 맥락이 되든 현재진행형의 현장 경험이 연관된다는 것, 이 강의의 진정한 힘은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3. 소통의 방식. 박샘이 가장 고민이 많았을 부분이다. 제목이 "음악의 이해" 수업인데, 음악 얘기가 거의 없다! 음악에 대한 전문적 사전지식을 전제하지 않는 대학 학부의 교양 수업에서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박샘의 개인적 설명에 의하면 수업 마칠 때쯤 "어 그럼 이제부터 음악 좀 들어볼까?" 이런 욕심이 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 그래서 음악이라는 주제를 놓고 소통하는 모습이 음악 외연의, 음악을 둘러싼 주변적 틀거리 문맥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소통의 구체적인 벙법은 주로 박셈의 독백. 그런데 아주 편하게 제 3자 입장에서 단 하루 수업을 듣는 것인데도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박샘의 쓴소리를 넘의 집 불구경하듯 하려 했으나 계속 휘말려 들어갔다, 그래 그러는 거 아니지, 어라 그거 아닌데? 화들짝~  
정신 차리고 앞을 둘러 보니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중간고사라 시험 공부하느라 딴전피우는 학생이 많을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대다수가 수업을 경청하고 있었다!  익숙한 사회 이슈를 한번 비틀어놓으면 누구나 속이 조금은 불편해지는 법, 겉으로는 박샘 혼자의 독백이었지만 짐작컨데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박샘 연주가 박샘의 독백으로 들리지만 사실 들리지 않는 다양한 반응을 동반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4. 장점만 있을소냐. 아무리 소리없는 아우성의 반응이 있다한들 강의는 목소리가 다양해야한다. 그게 교육적이다. 제발 덤벼보라는 강사의 부탁은 대부분 강의에서 큰 효과가 없다. 그래서 강제적인 세팅이 필요하다. 그룹 토론, 그룹 프레젠테이션 등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일부러 세팅되어야 한다. 강사님은 좋은 안내자로, 큰 틀에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말씀을 되도록 줄이시고 학생들이 주 무대를 차지하도록 계획되는 것이 교육적인 무대 세팅이다. 그게 점수와 연관되면 또다는 강제가 되어 억압의 경험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강제는 어쩌면  필요악이다. 또다른 토론으로 얼마든지 극복되는 강제다.
덧붙이자면 사회비판적 이슈는 뿌리가 워낙 다층적 복합적이라 현상 나열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한국인의 대중문화 영합은 그렇지 않은 한국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미디어 언론의 문제이고 그 뒤의 정치경제역사적인 얽힘의 속내, 그 심층적 권력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한 학생이 관련된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거고 그래서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역시 강사님 한 사람 보다는 여러 사람의 고민과 의문과 질문과 참여가 보태져야 제대로된 작품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음악의 이해는 열린 수업이고 계속 보태고 되잡이가 필요한 진행형의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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