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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의 유상무, 그리고 구스타프 말러

문병철 | 2009-08-20 18:08:54



나는 모든 예능, 개그 프로그램 중에서 라디오스타를 가장 좋아한다.
가장 재미있다. 가장 본능적인 개그 프로그램이다.
패밀리가떴다, 1박2일, 무한도전.... 정말 무수히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있지만...
나는 김구라의 특유 입담이 너무나도 좋다.
막 질러대는, 싫은 건 싫은 거고 좋은 건 좋은 거고....
나는 재미없으면 안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라디오 스타밖에 안본다.


나의 음악관도 그러하다.
음악이 별로면 안듣는다. 좋으면 듣고 싫으면 안듣는다.
음악이 졸리면 잔다.
사실 연주회를 갈 때 졸릴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면 자는 게 맞다.
(다만 코를 골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옛날 1700년대나 1800년대의 유럽 왕족이나 귀족들은
연주회에서 졸리면 그냥 잤다.


나는 라디오스타를 꼭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에 게스트는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였다.
세명 다 개그맨이다.
근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개그맨이라고 꼭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
개그맨이 아닌데도 재미있는 사람이 허다하다.


유세윤은 좀 재미있는 편이고 장동민과 유상무는 잘 몰랐다.
저저번주에 1편, 저번주에 2편을 방송했는데...

1편...
- 재미가 어느정도 있긴 한데, 그닥....
   볼만했다. 그러나 그 무수한 라디오스타 재미있는 편과 비교했을때는 재미있었다고 할 수 없다.

2편
- 1편보다는 나아졌다. 개인기가 등장한다. 유상무의 부엉이 개인기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유세윤의 거북이 알낳는 장면 흉내는 재미있었다.
이제 거의 마지막.....
소감을 듣고 끝낼 무렵......

신정환이 유상무에게 물어보았다. - 오늘 방송 후회없었냐??
유상무가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 아니다. 나 진짜 끼 많은데, 진짜 못질렀다.


사실 유상무는 거의 한마디도 안하고 활약도 없어서...
그저 그런가보다..했다가....

오잉? 이제 시작이다.  나는 3분동안 배를 잡으면서 웃었다.
아 왜케 웃긴거야... 여태까지 라디오스타를 거짓말 안하고 다 챙겨보았는데
가장 웃겼다. 이게 아마 6~7시간동안 촬영되었다고 가정하면....
6~7시간동안 아무말도 활약도 못하던 유상무가

갑자기 빵 터진 것이다. 이 3분동안..나는 진짜 엄청나게 웃었다....
여기 있는 게스트도 여기 있는 신정환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도 다들 포복절도했다.




http://www.cyworld.com/hyunsblog/3022842
그 엄청난 3분의 자료를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위 사이트로 가면 볼 수 있다..ㅎㅎ


나는 이거 보면서 키특키특 배잡고..뒹굴면서..(나는 한번 터지면 15분정도 웃는다...ㅋ)
이 3분정도를 계속 돌려보고 돌려보고....



구스타프 말러라는 작곡가가 있다.
아마 그 당시에는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 더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어느정도로 유명했냐면, 1970,80년대를 누비고다녔던 지휘자를 이야기하면
보통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거론할 것이다.

말러라는 작곡가는 그 당시에 카라얀같은 포스를 지녔던
정말 유명한 지휘자였다.


말러는 1~10번까지의 교향곡이 있고 10번은 미완성이다.
그리고 대지의 노래,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성악곡 등이 있다.
말러의 곡이 그렇다.
80분이 넘는 곡이 참 많고 심지어 110분이 넘는 곡도 있다.
잘만 지휘하면 2시간을 넘을 수도 있다.



말러의 곡이 유상무가 보여준 개그의 형태와 비슷하다.
말러의 곡이 90분 정도라면 80분 정도의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
10분 정도 정말 터지는 부분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기다리면서 흥미로운 선율과 계속 변주되고 반복되는

구간.... 그러다가 미치도록 퍼붓는 최후의 10분....
와.... 이 부분에 도달하면 나는 미치는 것이다. 희열....
머리가 비어지는 느낌....

나는 라디오스타를 보다가...이런 생각을 했다.
유상무가 계속 말도 없이 있다가
왜이리 재미없지?? 생각하다가. 결국은 기획사 대표한테 한소리 먹고,
참고 또 참다가 마지막에 개그가 터졌다.
나는 엄청나게 웃었고, 갑자기, 마치 자연스럽다는듯이 말러가 떠오른 것이다.
말러의 곡도 유상무의 개그스타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ㅎㅎㅎ





*** 다른 이야기,,, : 리카르도 샤이의 말러 음반의 음질은 최정상급이다.
                           음질만으로도 샤이의 말러를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 또 다른 이야기,,, ;; 개그는 어떤 일률적인 과정을 밟았다고,,
                                 또...공식을 배웠다고 재밌는 게 아니다.
                                 개그가 유독 심하긴 하지만, 개그 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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